숨 막히는 폭염, 우리 사업장 안전할까?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혹서기 생존 가이드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며 전국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은 바로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옥외 근로자들입니다. 건설 현장, 조선소, 농어업 현장 등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은 온열질환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최근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소식은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고용노동부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기 근로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근거하여 사업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혹서기 5대 기본수칙: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기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5대 기본수칙을 발표했습니다. 기억하기 쉽도록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라는 개념을 활용한 이 수칙들은 근로자 보호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1. 물/염분 '더하기' & 그늘/휴식 '곱하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원칙입니다. 사업주는 작업 현장에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염분(소금)을 충분히 비치해야 합니다. 근로자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또한, 땡볕을 직접적으로 피할 수 있는 그늘진 휴식 공간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천막 하나를 치는 것을 넘어, 통풍이 잘되고 시원한 바람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식 시간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온열질환 예방 효과를 '곱'하는 길입니다.
2. 폭염 시간 옥외작업 '빼기' & 관심/정보 '나누기'
폭염특보(주의보, 경보)가 발령되면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옥외 작업을 최대한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사업주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 사항 중 하나입니다. 작업이 불가피할 경우, 작업 시간을 짧게 조정하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더불어, 동료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서로 살피는 '관심'과 폭염 정보 및 안전 수칙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폭염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사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추락, 끼임, 충돌과 같은 전형적인 산업 사고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오해입니다. 폭염으로 인해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경우, 이는 명백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추락 사망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사고 발생 직후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안전 문제를 관행이나 부주의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경영 책임자의 책임으로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안전 경영 우수 기업에서 배우는 지혜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체계적인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인 안전 관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산업재해 예방 유공자 포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며 안전 경영 노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단순히 규제를 지키는 것을 넘어,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하고, 현장의 위험 요소를 발굴하여 개선하는 활동을 적극 지원합니다. 중소기업이라도 당장 거창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위험성평가' 컨설팅이나 안전보건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위한 다음 발걸음
폭염과 산업재해의 위협 속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입니다. 정부는 정책과 규제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업은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 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보 부족이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안전 관리에 소홀하기 쉬운 만큼, 고용노동부의 지원 사업과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근로자 역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사업주와 근로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안전'이라는 가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일터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당장 우리 사업장의 '물, 그늘, 휴식'부터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모두가 안전한 내일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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